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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기 이후 중국 민족주의적 경향 커져"

2014-04-03 11:15:27 게재

아산중국회의 2014 … 자오수이셩 교수 "중 내부, 금융위기 이후 '부상하는 권력'에 취약성 인식"

지난 2008년 발생한 금융위기를 기점으로 중국이 '대국'의 포용적인 자세를 버리고 민족주의적 경향으로 변화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아산중국회의 2014 2일 아산정책연구원 강당에서 열린 '아산중국회의 2014'에서 중국 관련 석학들이 '중국의 국력평가'를 주제로 의견을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김한권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스콧 케네디 인디아나대학교 교수, 프랑수아고드몽 유럽외교협의회(ECFR) 박사, 정재호 서울대학교 교수, 션브레슬린워릭대학교 교수, 자오수이셩 덴버대학교 교수, 천즈민 푸단대학교 교수. 연합뉴스>

2일 '중국의 국력평가-다 영역적 접근' 주제로 열린 '아산중국회의 2014'에서 자오수이셩 미국 덴버대 교수는 2008~2009년 금융위기를 전후로 중국 내부에서 '중국의 힘'에 대한 시각에 변화가 생겼다고 주장했다. 그는 "중국 내부에서 금융위기 전에는 중국을 '부상하는 권력'으로 봤으나 금융위기 이후 '취약성과 불안함을 가진 권력'으로 보기 시작했다"며 "2008~2009년 이후부터 중국이 '위대한 국가(Great power)'가 되지 못할 수 있다는 불안함을 갖게 됐다"고 밝혔다. 가파른 경제성장으로 자신만만했던 중국이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위축됐다는 분석이다.

그는 "중국이 스스로를 부상하는 권력으로 바라보던 시기에는 정부출간물에서 '따궈(大國)'라는 용어를 상당히 많이 사용했다"며 "내부적으로는 경제를 강화하는 활동이 많이 이뤄졌고 대외정책에서는 아태 국가들과 협력적인 관계를 유지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에는 덩샤오핑의 '도광양회(韜光養晦 빛을 감추고 어둠 속에서 힘을 기른다)' 지침 하에 포괄적인 내적인 힘을 기르는 데 집중했고 아태 지역에서도 친구국가, 좋은 이웃이 되기 위해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자오 교수는 "그러나 금융위기를 기점으로 사회주의적, 민족주의적인 시각이 강해지기 시작했다"며 금융위기 이후 나타난 중국의 자국중심적 경향을 지적했다. 그는 "중국이 베트남과 일본과의 해상영토분쟁 등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등 대외관계에서 주변의 모든 나라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자는 쪽에서 선택적으로 좋은 관계를 갖자는 쪽으로 바뀌었다"며 "'도광양회'는 과거지사가 됐고 이제 중국 정부는 '주동작위(主動作爲 할 일을 주도적으로 한다)' 등의 단어를 쓰며 적극적, 선제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데이비드 강 미국 남가주대 교수는 G2로 부상한 중국에 대해 주변국들이 느끼는 위협과 우려가 실제보다 과장됐다는 주장을 내놓았다.

강 교수는 "2002년부터 2012년까지 라틴아메리카와 동아시아의 GDP대비 군사비 비중을 보면 군사 긴장 요인이 더 많은 동아시아의 군사비 비중이 라틴아메리카에 비해 더 작은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동아시아 국가 중에서 중국의 군사비 지출이 늘긴 했지만 이는 공격 능력을 강화한 것이라기보다는 부가 증가함에 따라 군사비 지출이 증가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강 교수가 제시한 수치에 따르면 2002년에서 2012년 사이 동아시아 국가의 평균 GDP대비 군사비 비중은 4.7% 증가했으며, 중국을 제외한 동아시아 국가의 군사비 비중 증가율은 4.0%에 불과했다. 반면 라틴아메리카 국가의 2002~2012년간 평균 증가율은 6.0%로 동아시아 국가보다 1.3%p 더 높았다.

강 교수가 취합한 동아시아 국가는 한국, 중국, 일본, 태국, 필리핀, 호주, 타이완, 베트남,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뉴질랜드이며 라틴 아메리카 국가는 멕시코, 아르헨티나, 브라질, 칠레, 콜롬비아, 볼리비아, 우루과이, 베네수엘라, 에콰도르다.

강 교수는 "중국의 부상을 위협적으로 느끼고 있지만 실제 통계에서는 그런 부분을 찾기 어렵다"며 "중국의 모호함과 불확실함 때문에 중국을 과도하게 두려워하고 견제하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의 부상을 지역적 관점에서 보면 한국이 시험대"라며 "규범적, 이데올로기적 파워로서 중국이 한국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며 "미국이 (중국의) 불확실한 부분에 대해서 과도하게 반응해온 것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일본과 중국이 영토분쟁으로 갈등을 겪고 있지만 전쟁으로까지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소원 기자 hope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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